지난 3월 30일, 도쿄 아다치구(足立区) 토네리공원(舎人公園)에서 ‘니시아라이 조선족 동네 설립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 지역 주민 10여 세대를 비롯해 이용식 대선배님,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서성일 회장과 장경호 수석부회장,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 류림 사무국장, 샘물학교 전정선 교장이 함께했고, 도쿄 내 기존 조선족 동네 대표들인 이일남(浮間), 김권철(日暮里), 리화(亀戸), 김인길(金町) 촌장들도 자리를 함께하며 새 동네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날 행사는 따사로운 봄볕 아래 ‘니시아라이 조선족 동네모임’과 ‘도쿄샘물학교 니시아라이 분교’ 현수막을 내걸고, 삼삼오오 모인 정겨운 얼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특별한 만남의 장을 열었다. 잔디밭 위에 깔린 돗자리에는 각 가정에서 정성껏 준비해 온 반찬들이 풍성하게 차려졌고, 참석자들은 둘러앉아 첫 모임을 함께했다. 사회는 사무국장 리춘란 씨가 맡아, 시원한 말투와 유쾌한 진행으로 분위기를 한층 활기차게 이끌었다.

촌장 김정순 씨는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한 후 니시아라이 동네를 만들게 된 배경과 의미를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장경호 회장과의 인연이 동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지난해 벚꽃놀이와 불꽃축제, 두 차례 모임을 함께 하면서 동네 설립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사회 발전 구상을 처음 제안한 이용식 대선배님에 대한 깊은 존경의 뜻과, 설립을 지원해준 발전기금회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용식 대선배님은 축사에서 “오늘 처음 뵌 분들도 있는데 정말 반갑다”며 “동네 모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언어와 전통, 풍습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지켜나갈 수 있는 소중한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서로 돕고 살아가는, 화목한 조선족 동네로 발전해가길 바란다”며 이번 설립의 의미와 바람을 전했다.

서성일 회장은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의 역할과 주요 활동을 간략히 소개하며 “연합회는 30여개 조선족 단체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상호 협력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록 쉬운 길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함께 지켜나가자”고 당부해 참석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모임은 먼 니가타에서 달려온 김광림 이사장의 건배사로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는데 참석자들의 자기소개와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니시아라이 동네는 IT, 인터넷 쇼핑,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4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날 처음 만난 이들도 김정순 촌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이내 서로 가까워지며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촌장 김정순 씨는 길림성 왕청현 출신으로, 1999년 일본 유학을 계기로 도쿄에 정착했다. 일본 IT 회사에서 10여 년의 경력을 쌓은 후, 2019년 IT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8살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도쿄샘물학교 학부모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조선족 행사에 후원을 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김정순 씨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번 동네모임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는 화백 장경호 회장이 직접 선보인 ‘니시아라이 조선족 동네’ 공식 로고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로고는 우리 글자의 기본 요소인 자음 ‘ㅇ’과 모음 ‘ㅏ’를 결합해 ‘니시아라이’의 ‘아’, ‘아름다운 동네’의 ‘아’, 그리고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아리랑’의 ‘아’를 상징한다고 설명하셨다. 또한 로마 문자 A와 숫자 1의 형상도 함께 담아 “으뜸가는 아름다운 조선족 동네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 희망과 비전을 표현했다고도 말씀하셨다. 심플하면서도 여러 좋은 의미를 담은 이 로고는 앞으로 니시아라이 동네의 정체성과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점심 식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김정순 촌장이 빙고카드를 나눠주며 참가자들의 시선을 한쪽으로 이끌었다.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빙고 상품들이 잔디밭 위에 진열되어 있었고, 이는 김정순 촌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협찬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빙고 로라를 힘차게 돌리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 숫자를 또박또박 전하는 김춘란 사무국장의 목소리, 상품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건네주는 김정순 촌장의 손길이 어우러지며, 현장은 마치 봄날 소풍을 나온 아이들의 무리처럼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니가타(新潟)에서 김광림 이사장이 협찬한 ‘입쌀’이었다. 최근 쌀값이 오르면서 실용성과 정성이 더해진 이 선물은 참가자들의 큰 환호를 받으며 빙고게임의 백미를 장식했다.

도쿄 23구 내 여섯 번째로 만들어진 니시아라이 조선족 동네는 도쿄 조선족 사회의 네트워크 확장과 유기적 연결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활력을 북돋우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키마 동네의 탄생으로 시작된 첫 걸음은 어느새 여섯 개의 조선족 동네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도쿄만이 아니라 치바현과 사이타마현까지 이어지는 더 큰 연대와 상생의 길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되어 일본 전역 곳곳에 조선족 동네가 만들어지고 깊게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글 / 이정희
사진 / 김권철
음식 및 모임의 추가 사진을 공유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