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츠시카구 가나마찌(葛飾区 金町)에 다섯 번째 조선족 동네가 설립되었다. 지난 12월 22일 가나마찌 구민센터에서 열린 설립 모임에는 지역 주민 10여 세대를 비롯해, 일본 내 조선족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이용식 대선배님,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서성일 회장, 장경호 수석부회장,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 샘물학교 전정선 교장, 삼구일품김치 이성 대표, 지역발전 활성화 위원장이자 우끼마동네 촌장인 이일남 씨, 그리고 카메이도 동네 촌장 이화 씨 등 다수의 주요 인사가 참석해 새로운 동네의 출발을 축하하였다.

[가나마찌 동네 설립의 의미와 분위기]
이날 모임을 위해 가나마찌 여성들은 아침부터 각자 잘하는 음식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까지 마련하는 모습은 마치 예전에 고향에서 설을 준비하던 정겨운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오후 4시경, 지역주민센터 다다미방에는 찰떡을 만들고, 물만두를 찌고, 팥죽을 끓이는 손길들로 활기가 넘쳤다. 각 가정에서 정성껏 준비한 계란말이, 고사리볶음, 콩자반, 소고기 무침, 순대 등 전통 음식들이 하나둘 상 위에 차려지며 방 안은 풍성함으로 가득 찼다. 삼구김치의 협찬으로 전정선 교장은 아이들과 함께 전통 김치를 버무렸고, 이 모습은 명절날의 따뜻한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박춘화 씨의 사회로 시작된 모임은 김학송 시인이 지은 축시 ‘소망’의 낭독으로 문을 열었다. ‘고향 잃은 사람들이 고향을 만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바람은 참석자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
박춘화 씨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과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회장직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용식 대선배님의 동네 구상에 깊이 공감하며 솔선하여 이번에 가나마찌 동네 사무국장직도 맡아주었다.
[내빈 축사와 가나마찌 동네의 비전]
이어진 내빈 축사에서 이용식 대선배님은 ‘우리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지만, 도쿄에서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고향 터전을 다지며, 화목하고 더 나아가 발전하는 동네를 함께 만들어야 우리 문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동네 설립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셨다.

가나마찌 동네 촌장으로 선출된 김인길 씨는 동네 설립을 공식 선언하며 “주민들과 함께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T 기업 대표이자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부회장, 일본돈고래 회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커뮤니티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

서성일 회장은 축사에서 “오늘 이곳에 들어서며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따뜻함과 군침 도는 우리 민속 음식을 보며, 연합회 총칙에 명시된 상부상조와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다시금 느꼈다.”며,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이 소중한 전통과 가치를 후손들에까지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은 니가타(新潟)에서 신칸센을 타고 무려 3시간을 달려 이번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말을 인용하며, 촌장을 맡은 김인길 씨가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와 도쿄샘물학교를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그간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박춘화 씨에 대해서는 세계조선족 글짓기 및 노래자랑 등 대형 행사의 기획 리더로서의 성과를 언급하며, 조선족들의 인기투표에서 상위를 차지할 만큼 인정받는 리더라고 극찬했다. 또한, 연속 3년간 조선족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와 지원을 해오신 이용식 대선배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도쿄샘물학교 전정선 교장선생님은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이번 행사에 참석해 주셨다. 전 교장선생님은 조선어 교육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가나마찌 동네 어린이들과의 만남과 더불어 차세대를 위해 우리말과 우리글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주민들의 소감과 동네의 다양한 면모]
이어진 식사 시간에는 내빈들과 지역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주민들의 자기소개와 장기 자랑 시간이 펼쳐지며 분위기는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다.

가나마찌 동네의 장로로 손꼽히는 행정서사 동아법무사무소의 하야시 하루키(林 春輝) 대표는 “이용식 대선배님이 재일중국조선족들에게 탁월한 동네 비전을 제시해 주셨다.”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이어, “오늘 같은 날에는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겠다.”며 아코디언 연주를 시작해 분위기를 한층 더 흥겹게 만들었다. 또한, 가나마찌 동네의 슬로건으로 ‘금(金)의 동네, 정(町)의 동네, 행복한 동네로!’를 제안하며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동영상: 신나는 춤판
이 동네에는 현재 40여 세대의 다양한 연령층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은 IT, 인터넷 쇼핑몰, 교육, 여행업, 행정서사, 중국물산, 음식점 등으로 다양하다.
つくばアジア福祉専門学校에서 양로원 인재를 육성하는 아성 출신의 권기옥 씨와 발달장애(ADHD)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연길 출신 유홍화 씨는 이번 모임에 처음 참석했는데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80년대 후반에 일본에 온 박순녀 씨가 인생의 우여곡절을 이야기하며, “이런 동네가 일찍 생겼더라면, 현재 병상에 있는 남편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라며 울먹이는 순간이었다.

또한, 가나마찌역 앞에서 아시안물산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하 씨는, 싱싱한 과일과 복분자술을 준비해 잠시 짬을 내어 인사를 드린다며 훈훈한 분위기에 만족함을 표했다.
가나마찌 동네 주민들의 인생 이야기가 이어지며, 깊어가는 밤은 따뜻한 정과 추억으로 물들어갔다.
가나마찌 동네는 우끼마동네(北区), 닛보리동네(荒川区), 타카시마동네(板橋区), 카메이도동네(江東区)에 이어 도쿄 내에서 다섯 번째로 만들어진 조선족 공동체이다. 이번 설립은 도쿄 조선족 사회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지역 활성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는 가나마찌동네 가족별 사진 묶음입니다.








글/사진 이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