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원

단체 /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 전통문화원 (원장 최정실)
투고 / 최정실
사진 및 영상 / 최정실 제공
편집 / 배상봉

Information

"태평무"로 세계조선족문예공연에 참가했던 전통문화원 원장님으로부터의 투고입니다. 5분짜리 절목이 최종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는지 다시한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17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 된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회장 박춘화) 주최의 <2025 세계조선족설맞이문예공연>에서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회장 우성희)는 한국중요무형문화재 <태평무>(김희옥 지도, 출연에 최정실 이혜영 이령 우성희)로 독특한 풍격의 무대를 연출하여 수많은 관객들의 각광을 받았다.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는 민족문화 전승과 교육을 취지로 한 정식 사단법인이다.

총회는 지역 조선족의 권리를 수호하고 대변하며,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 차세대 배양과 후세대 교육을 목적으로 2019년에 이옥단, 이혜영 등 유지인사들에 의해 설립되였으며 산하에 전통문화원 한글학교 여성회 경영자회 청년회등을 비롯한 여러 부서를 설치하여 민족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공익단체이다.  

총회 산하 전통문화원(원장 최정실)에서는 2024년2월에 무용팀을 설립하고 한국전통무용 대가 김희옥선생님 한테서 <태평무>등 전통무용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무용팀이 설립되어 3개월이 지난 지난해 5월경,  <2025세계조선족설맞이문예공연>이 올해 1월17일 동경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무용팀장 최정실은 이번 기회를 빌어 수많은 조선족이 접하지 못했던 한국전통무용 <태평무>를 선 보이고 싶었다.

2023년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 김치축제

한국중요무형문화재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백성들의 평안과 나라의 번영 발전을 기원하는 무용으로 예능보유자 강선영선생님에 의해 전승되어 왔다. 기품과 깊이가 돋보이면서도 신명나는 빠른 리듬의 흐름과 함께 고난도의 발놀림의 기교가 엿보이기도 하는 무용이다.  

선생님의 실력과 무용팀장의 강한 의지만으로 무용을 시작한지 1년 미만의 팀원들이 정녕 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그것도 난도가 강하기로 널리 알려진 "태평무"란 작품을 소화하고 피로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큰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격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더 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다.

태평무 의상은 무용계에서도 비싸기로 널리 알려졌다. 일본의 보통 차 한대 값과 맞물리는 수십만엔의 의상을 각자가 사서 마련해야 하는데 출연자들의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사카에서 동경까지의 왕복 신칸센 교통비와 이틀간 머물 호텔 숙박비도 만만치 않았다.

이를 알게된 총회 이옥단초대회장께서는 이 일을 회장단에 얘기 하셨고 이상근명예회장님은 흔쾌히 동경 출연 로비를 후원하겠다고 자진해 나섰다. 이어 김민 고문님, 우성희 회장님도 후원 하기로 하였다.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 회장단

총회 회장단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에 출연자들은 무대 의상을 자비로 마련하는  결심을 굳혔고 8월초부터 연습에 들어섰다.

8월말에는 주최측으로부터 초심이 있어서 연습 영상을 찍어 보내야 했다.  소요 5분의 무용 동작 순서를 익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급선무는 음악 장단을 정확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었다.  태평무 첫 부분 터벌림 장단은 열 박이 한 장단으로 처음 접하긴 하나 그래도 리듬이 빠르지 않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다. 

문제는 손에 쥔 한삼을 호흡으로 쳐야 멋있게 잘 날리는데 초보자는 막무가내로 힘으로 치려 하는게 일쑤였다 . 오랜 시간의 연습이 필요했다.뒷부분의 섭채 올림채는 리듬이 빨라 마음이 조급함에도 불구하고 발은 굴려야 하는 급완의 조율이 필요하여 난도가 더 컸다.일단 연습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냈지만 사실말이지 자신이 없었다.

이를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김희옥선생님은 "아무리 난도가 강한  춤이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꼭 할 수 있어요"라고 고무 격려 하셨다. 

하지만 출연자 각자가 직장일을 하면서 시간을 조절하여 함께 호흡을 맞추는 합동 연습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바쁜 절주의 일본 생활속에서 용이한 일이 아니였다. 게다가 하반년에는 문화행사가 많아 김희옥무용연구소의 무용 공연이 한 달이 멀다하게 지속 되어 무용 지도 선생님의 시간도 쪼개 써야만 했다.  

결국 지난 12월15일 김희옥무용연구소의 "오사카 민단 한류 문화마당" 출연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합동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긴박한만큼 지난 해 12월 16일부터 올해 1월16일 공연 전 날까지 꼬박 한달을 하루도 쉬지 않고, 1월1일까지 연습을 했다. 

원단 연휴를 제외한 다른 날에는 선생님의 다른 멤버들의 레쓴이 있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연습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선생님께서 점심 식사를 못할 때도 많았다.

선생님께 "선생님의  드높은 열정과 헌신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라고 여쭈었더니 "우리가 외국에 살기 때문에 그래요. 외국에 살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기 쉬운 우리 전통을 지켜 가는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죠. 특히 조선족이 한국전통무용을 잘 모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의미심장한 말씀에 무용팀은 이번 도쿄 공연의 의미를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주최측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신성한 사명감까지 느껴졌다.

왼쪽부터 이헤영 우성희 최정실 이령

"노력한만큼 보인다"고 출연자 네 사람의 호흡이 점차적으로  맞춰졌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공연을 눈앞에 두고 팀원 한 명이 꼭 한국에 가야 할 일이 있어 한국 갔다가 공연 전 날 저녁  늦게야  오사카로 돌아 오는 항공 티켓을 끊었다 .

한국 행 사연을 들어 보고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했지만 공연 전 날 연습에 한 명이 빠진다는게 맘에 걸렸고 혹시 공연 당일 이동 중 길에서 지체될 경우, 리허설을 놓치게 되면 공든 탑이 무너질것 같아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이미 구매한 환불 불가능한 인천~오사카 항공 티켓을 포기하고 인천~동경의 항공 티켓을 다시 사게 되었다. 

팀원 중 또 한 명은 독감에 걸렸는데 공연 이틀 앞두고도 완쾌되지 않았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무대에 설 수 없었고 더욱 우려 되는 건 다른 출연진에게 독감이 전염되는 일이었다. 영양 점적주사를 맞고 따뜻한 생강차를 연이어 마시고 잠을 푹 잤더니 공연 하루 전 ,길 떠나는 아침까지는  깔끔하게 완쾌했다.최선을 다한 우리 무용팀을 신이 지켜봐 주시고 보호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무용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단체의 명예를 건 일이고, 1300명 관객의 기대와 사명감까지 부가 된 일이 되니  어깨가 참말로 뻐근하도록 무거웠다.

지난 해 8월부터 시작한 무용팀원들의  7개월의 최선의 노력으로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 무용팀은 김희옥무용선생님의 엄격한 지도와 따뜻한 고무 격려하에,  총회 회장단 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찬하에, 그리고 기타 수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끝내 "기적"을 이루고 말았다.

이국 타향 방방곡곡에 흩어져 사는 우리,찬란한 민족문화에 긍지를 갖고  열심히 지켜가는 우리, 함께여서 더욱 힘이되고 힘이 되어 더욱 빛나는 길에서 일본간사이조선족총회 무용팀이 당당한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차다. 

"함께 하는 우리, 더 나은 미래로!" 대회 주최측의 슬로건이  대회가  끝나 시일이 얼마간 지났어도  맘속에서 계속 메아리치고 있다.

(동영상) 세계조선족문화대축제 절목 "태평무"

글 / 최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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